[렛] 좋은 답사기 나눠 읽기 :: 2009/11/14 14:43
좋은 건 나눠보자 스크랩. 돈의동 쪽방촌에 대한 건축가 조정구님의 답사기.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seoulscape/1495
잠깐의 방문으로 이해한 양 아는 양 설명하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답사기를 쓸 수 있는 건 작가분이 건축가여서일까, 사진가여서일까, 혹은 그냥 담백한 사람이어서일까. 어째 나는 읽는 것만으로도 '아 이 모냥 이 꼴인 이 세상 그 이유는'으로 시작하는 한탄가를 써내려가고 싶은 근질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보이는 대로 모르는 대로 담담하게 써내려 간 글과 포즈 취하지 않은 무던한 사진들, 그럼에도 놓지 않은 성의있는 관찰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리포팅을 업으로 삼을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무언가 알리고 싶은 일이 생길 때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제 버릇 개 못주고 그 상황에 내 딴에 납득이 가는 설명을 붙여야 직성이 풀리기는 하겠지만.
좋은 의도에서일지라도, 엄연한 누군가의 삶에 혹은 공간에 뜬금없이 출몰해 드라마틱한 사진 몇 장 찍고서는 그 삶들을 대상화하며 감상에 휩싸인 글을 써내려가는 것을 마치 훌륭한 일인양 여기게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 곳이 돈의동 쪽방촌이던, 아프리카 난민촌이던, 인디언 보호구역이건,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배경화면이 아니다. 빈곤에 허덕이는 아이도, 전신불수 장애인도, 땡볕에 부르카 쓰고 걷는 그녀도 주체적이고 존귀한 사람이다. 오브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어그러진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그 현실을 발견한 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어디까지가 상대방의 모습을 담고 싶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상대방을 사물로 혹은 대상으로 만드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설명과 이해이고 어디까지가 판단과 내려다보기인지, 매 순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