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writer's block :: 2010/07/19 07:03

머릿 속에 멋대로 떠다니는 문장들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끄집어내어 묶어놓는 것은 극도로 짜릿하면서도 극도로 피곤한 일이다. 가끔은 글자들을 조각조각 분질러놓고 싶을 만큼. 끊어질 듯 말 듯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두통을 느낀다.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컴퓨터도 핸드폰도 꺼 놓고 맑은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곧 인스탄트 카페인성 의욕과 질깃한 피로가 멋대로 섞여 어질하다.

타인과 집단과 대상을 규정하고 규명하고 판단하는 일의 연속인 사회과학은 흙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고는 새파란 이상의 이응자도 꺼낼 수 없는 잔인한 것이다. 타인의 이상을 평가해야 하고, 타인의 선택과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비판하거나, 규명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나 차이점보다는 집단으로서의 공통분모를 찾는 데에 집중하게 되고,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좋고 나쁘며 옳고 그른 틀로 규정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써 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괜히 착한 친구에게 가당치도 않은 욕을 한 바가지나 퍼붓고 온 것 마냥 소화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이 글로 누구의 이상을 공격하고 있는가, 나는 이 글로 누구의 행위를 비난하고 있는가. 나는 이 단어로 누구의 인생을 멋대로 규정하고 있는가.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한 문장도 쓸 수가 없다.

사실 아름답게 굴러가는 언어에 집중하는 글쓰기가 아니고서야, 누구도 불쾌하게 하지 않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마치 잔칫요리처럼, 고추를 좀 더 넣으면 매콤하다며 좋아할 사람이 다섯 생기면 맵다고 펄쩍 뛸 사람이 여섯 생기게 마련이고, 간장을 더 넣으면 열 명은 짜네, 덜 넣으면 다른 열 명이 싱겁네, 이 요리는 차게 먹어야 제맛이네, 아무리 그래도 갓 김이 모락모락 난게 최고 아닌가, 하면서. 수십명이 있으면 수십명의 입맛이 있고, 한 주제에도 수천명의 연구자나 이해관계자가 있으면 수천개의 의견이 있다. 남의 글을 헤집고 오리고 토달고 지지고 볶는 글들이 팔할을 차지하는 건 다수의 사회과학자들이 성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괜히 다들 열심히 살아서 그렇다. 사실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매력있는 거다.

어쨌든 모든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겠다거나 뭔가 잘 써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질러(?) 놓고 봐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It's time I realized that if I consider myself a social scientist and still do not write things down, then my ideas are simply irrele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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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Wishes Big Enough to Change the World :: 2010/06/08 07:03

새로운 아이디어(idea)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compassion), 이 두가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두 가지 모두 끊임없는 노력과 영감이 필요한 과정이며,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가장 힘 있는 것은 이 두 가지가 함께 할 때이다. 이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무림 고수들의 향연을 소개한다.

TED PRIZE TALKS: http://www.tedprize.org/videos/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이지만 이 외에도 예술, 비지니스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일종의 커뮤니티로, 매년 TED Prize 라는 상을 시상한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제안자, 혹은 그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이 상은 그 수상자들이 30분간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하는 연설 때문에 더 유명하다. TED Speech는 신선하고, 유익하며, 재미있고, 게다가 뛰어난 영어 듣기 공부 교재도 된다. 누가 혼자 줄창 30분간 설명하는 어려운 수업듣는 기분일꺼야,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 와 더불어 위트 넘치는 연설들은 하나같이 재미있어 30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권위있는 학술 논문도, 따기 어려운 인터뷰도, 비싼 강의도 아닌 집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아이디어의 최전방에 서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떠 먹여주듯 들을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놓치지 말자.

올해의 수상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국인 요리사 Jamie Oliver.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 답게, 그는 튀긴 음식, 인스턴트 음식, 과도한 설탕과 소금의 사용, 엄청난 1인분의 양 등 미국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하며 비만을 부르는 최대의 위협인 미국의 식문화를 바꾸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실제로 미국 내 사망 원인 1위는 테러 공격도, 전쟁도, 마약도, 자동차 사고도 아닌 바로 비만이다. 비만에 대한 우려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늘 있어 왔으나, 확실히 최근에는 더 활발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비만 퇴치와 아이들의 식문화, 특히 감자튀김과 피자 등이 전부이며 채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학교 급식을 개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CNN등 주요 언론도 비만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특집 등을 연달아 내보내며 '비만의 사회 이슈화'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이 연설의 경우 비교적 미국에 관계된 이슈이기는 하나, 이외에도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주옥같은 연설들이 많으니 관심있는 분야의 연설을 찾아 듣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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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장한나 인터뷰 :: 2010/03/29 08:07

어린시절부터 오랜 시간 좋아해온 음악인 장한나의 인터뷰를 우연히 발견! 으악 완전 사랑스러운 인터뷰가 아닐 수 없다. 한 악기를 오래 다루면 성격도 그 악기를 닮아간다는데 장한나를 보면 그 말이 일리가 있지 싶다. 아직도 20대, 천재소리를 들으며 박수받고 자란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둥글둥글하고 깊이가 있다. 아니 그정도 재능과 노력을 갖추었으면 성격이나 나쁘란 말이다 버럭! ㅋㅋ 이 인터뷰를 보고 출연했다는 '무릎팍 도사'도 찾아 보았는데 역시 에너지 팍팍! DC에서 알고 지내는 재즈 피아니스트 한 분이 한국 음악가 누구 좋아하냐기에 '장한나'를 꼽았더니, 마침 보스턴 연주여행때 그녀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완전 유쾌한 말투로 '아이 참 이거 대학(하버드 휴학중) 열심히 다녀야 되는데 큰일났어요 졸업은 언제하지 으허허허허허' 라던 모습이 기억난다고ㅋㅋㅋㅋ그냥 대화할 때에는 정신산만한 애기같은데 연주할 때의 집중력은 무시무시하다고. 첼로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다른 악기에 비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휘에 더 욕심을 내는 것 같다, 는 말도 덧붙인다.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듣게 되는 좋은 음반들을 내 주기를 바란다. 근처에서 연주회라도 한다면 땡빛을 내서라도 갈텐데! 한국가셔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DC도 한 번 와주세요오오오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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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먹고 고궁에 들르고… 모처럼의 한국 순회, 내게 음악은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 올여름 지휘자로 음악 팬들을 만났던 첼리스트 장한나가 이번에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첼로를 잡는다. 3년 만의 국내 공연을 앞두고 설렘으로 가득한 그녀를 만났다.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올해는 장한나가 첼로를 잡은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녀는 최근 그동안 발표했던 앨범 중에 특별히 더 사랑받았던 곡을 모아 ‘에센셜 장한나’라는 베스트 앨범을 냈다. 11월 18일부터는 국내에 한 달 가까이 머물며 독주회도 연다. 2006년 이후 3년 만의 국내 연주회이다. 구미에서 열리는 첫 연주회를 이틀 앞두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났다. 검은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그녀를 보니 이제는 확실히 ‘신동’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성숙해진 모습이다.

“국내 무대에 오르지 않은 3년 동안 지휘 공부도 하고, 지휘자로 데뷔도 했죠.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을 공부하면서 첼로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음악적으로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웃음).”

music story

그녀가 이번 연주회를 위해 선택한 곡은 자신을 음악가로 한층 성장시킨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로, 아일랜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와 호흡을 맞춘다. 국내에서 오랜만에 여는 독주회가 부담스럽지는 않으냐고 물으니 “독주회는 청중과 아무런 방해 없이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자리잖아요”라며 오히려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다. 첫 번째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많은 것을 소통할 수 있는 서로의 영혼이 동행하는 여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특히 이번 순회 연주는 그녀가 철이 들고 난 다음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곳곳을 구경하는 소중한 시간. 차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산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방 요리들의 맛은 어떤지 자신의 뿌리를 캐볼 생각이란다.

“열 살에 미국으로 간 뒤 이렇게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무는 건 드문 일이에요. 몹시 설레요(웃음). 일요일 날 고궁에 가고 중국 음식점에 가서 자장면도 먹을 거예요. 콜린스에게도 우리나라에 대해 소개해 주려고요. 한국의 고궁에는 서정적인 미와 절제미, 단아함, 열정, 한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한국의 고유 정서를 보여주고 싶어요.”
평소 세계 곳곳으로 연주하러 이동할 때마다 여행하는 셈 여긴다는 그녀. 모처럼 한국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물게 되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만나야 할 친구도 많고 함께 가볼 곳도 많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장한나의 스승이자 ‘이 시대 마지막 첼로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샤 마이스키도 비슷한 시기에 내한해 공연을 갖는다. 게다가 이번에 연주하는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은 그녀가 열 살 때 미샤 마이스키에게 처음 레슨을 받은 곡이다. 그 ‘친구’(장한나는 ‘첼로 소나타 1번’을 그렇게 불렀다) 덕분에 연주할 때 작곡가의 의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간 이후에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변했을 만큼 미샤 마이스키와의 첫 레슨은 그녀에게 큰 의미가 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을 한국에서 만나게 돼 너무 기쁘죠. 2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요. 한 무대를 같은 기간에 공유하는 게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선생님께서 엑셀파일로 정리한 일정을 이메일로 보내주셨는데 딱 하루 휴식 일정이 맞더라고요. 그날 오후 내내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비록 연주는 못 보러 가서 너무나 죄송하고 아쉽지만 오랜만에 선생님의 아기 사진은 볼 수 있겠네요.”

그녀는 사사한 여러 스승 중 미샤 마이스키를 가장 존경한다. 미샤 마이스키 역시 그녀를 특별한 제자로 여겼다. 그녀는 한 번도 레슨비를 낸 적이 없다. 한번은 미샤 마이스키에게 “선생님의 귀한 시간을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데 레슨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했더니 “너같이 재능 있는 학생을 만나면 지금처럼 가르쳐주면 된다”고 말했다고. 그녀는 미샤 마이스키야말로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라는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으려면 뚜렷한 본인만의 해석이 있어야죠. 선생님의 연주를 얼굴 생김새로 비유하면 코도 크고, 눈도 깊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연주를 하세요. 그것은 선생님의 색깔이자 목소리이죠. 저 역시 저만의 목소리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비교 자체가 적합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감히 선생님과 비교가 되겠어요(웃음)?”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휘를 통해 클래식이 단지 소수를 위한 음악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휘를 통해 클래식이 단지 소수를 위한 음악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her passion

지난 9월 초 ‘앱솔루트 클래식’이란 공연으로 지휘자로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무대에 오른 그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아버지의 조언대로 클래식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 장용훈씨는 딸과 같은 어린 영재들이 자신만 알고, 자기가 하는 한 가지만 할 줄 알기 쉽다는 것에 대해 늘 염려해 왔다. 그래서 찾은 해결 방법이 자신이 받은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장용훈씨는 딸이 대학에 입학할 무렵 이제 성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 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녀는 고민의 결과를 조금씩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제 겨우 스물여덟 살 젊은 아티스트 장한나는 문화 소외 계층에게 클래식의 문을 활짝 열어주려 한다.

“음악가로서 음악 활동을 하는 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음악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은 크나큰 힘이 되어주거든요. 그래서 지휘도 시작했어요. 오케스트라는 개개인이 모여 하나가 된 큰 악기예요. 그런 면에서 지휘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 장한나는 감수성이 여린 어린이들이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비쳤다. 자신의 유년기가 그러했듯이 어린이와 청소년은 어떤 문화도 받아들이기 쉬울 때라 더욱 관심이 간다. 지난 9월 성남아트센터와 함께 3년 계획으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앱솔루트 클래식’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휘를 통해 클래식이 단지 소수를 위한 음악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클래식을 어려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도 음악을 즐기면서 한다는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6시간 이상 첼로 연습에 매진한다. 함께 연주를 하는 동료조차도 “열정적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연습을 한다. 거의 노예 수준으로 연습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을 할 때 그녀는 행복하다. 이 행복함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몇 달 전에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는데,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무릎팍 도사’를 통해 클래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해 줘서 기뻤죠. 그런 대중적 프로그램에 출연해 클래식에 대한 벽을 깨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녀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당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연주 시 짓는 독특한 표정에 대해서 솔직한 속마음을 밝혀 화제가 됐다. “젊은 나이인데 수천 명 앞에서 누가 그런 표정을 짓고 싶겠느냐”면서도 “하지만 그 당시엔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다. 무대에 서면 가장 중요한 건 내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연주와 음악이 나올 수 있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생각하는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음악가는 악보 위의 음표들을 소리로 번역해 전달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스스로 창조한 작품처럼 아끼고, 최선을 다해 연주하면 관객에게 그 느낌이 전해질 거라 믿는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천재인지 새삼 놀라고 존경하게 돼요. 내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느끼게 되죠. 이런 것들을 연주자들과 같이 나누고 나보다 더 나은 연주를 만드는 게 지휘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 소리의 조화를 통해 목표를 이룰 때 큰 감동이 있어요.”

꿈을 꾸는 표정으로 그녀가 자신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늘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쁘게 지내는 그녀는 이미 2011년까지 연주 계획이 잡혀 있다. 특히 연주가들은 지금 같은 겨울이 가장 바쁘다. 크리스마스, 연말, 신년 공연 등으로 스케줄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그녀는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시간이 나면 집에서 보내려 한다. 어떻게든 계획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려는 또래 아가씨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항상 바쁘니까 평소 시간이 나면 가족과 함께 늘 집에 있게 된다는, 그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연말 스케줄이라는 것. 심히 ‘건어물녀’의 초기 증상이 의심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 거냐’고 물었다. 다행히 이번 질문에는 “눈 많이 오는 뉴욕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낼 거예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깊고 맑게, 그게 바로 ‘신동’에서 ‘젊은 거장’이 된 장한나가 사는 법이다.



내게 음악과 가족과 열정이 없다면…

“어, 이상하다. 여기 ‘기타’가 무슨 뜻이에요?”

영어 필기체 쓰듯이 부드럽게 이름 세 글자를 쓴 장한나가 첫 번째 질문의 보기에서 멈칫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가 아는 ‘기타’는 악기인 듯하다.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자신만만하게 퀴즈쇼 설문지를 내밀었던 기자가 오히려 당황하는 순간이다. 다행히 그녀는 ‘기타’ 외에 그다지 어려운 단어는 없는 듯 깔깔깔 웃으며 답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이상적인 이성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서는 보기에 적절한 답이 없는데 자신이 적어도 되느냐며 열의를 보였다.

사실 이 밖에도 몇 가지 질문이 더 있었으나 그녀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로 패스했다.

‘내 기사에 악플이 달리면 나는 ( )한다’라는 질문에는 악플이 달리면 안 보면 된다며 쿨하게 건너뛰고, ‘야심한 밤 불러내면 언제나 달려 나오는 친구는 ( )이다’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해본 적이 없는데 그냥 넘어가면 되나요?”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통금 시간 잘 지키는 ‘착한 딸’의 이미지와 한편으로는 늦은 밤 시간마저 자유롭지 않은 바쁜 일상이 묻어나는 듯했다. 또 ‘지금까지 받아본 인생 최고의 조언’을 묻는 질문에는 고민 끝에 “주변에 좋은 조언을 해주는 분이 많아서 어느 것 하나를 최고로 꼽을 수가 없다”며 결국 포기했다. 그렇게 몇 개의 고비를 넘고 드디어 마지막 문제까지 마쳤을 때 장한나가 정말 시험이라도 치는 양 자신의 성적을 물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저는 처음 접하는 질문도 있고 푸는 동안 재미있었는데 독자 분들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어요. 이만하면 됐나요(웃음)?”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출처: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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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the world, beautiful and broken :: 2010/03/26 12:32

공부도 일도 여러가지로 눈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하는 상황이어서인지, 요즘은 세계 방방곡곡의 지독한 이야기들을 듣고 배우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날을 보낸다. 잊지 말아달라고 비명을 질러대는 처참한 사진들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그러나 담담하게 쓰여진 고통의 경험들과, 살아남는 혹은 죽어가는 때로는 도망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매끈한 개념과 틀만 가지고 있던 머릿속에 투박한 인간의 얼굴을 새겨넣는 과정이다. 글을 읽으면서도 보고서를 쓰면서도 자료조사를 하면서도 영상을 보면서도 강연회에 참가해서도 수업시간에 토론을 하면서도 심지어는 요리를 할 때라거나 자려고 누운 시간에도 꿈속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이야기가 줄글처럼 머릿속을 흐른다. 가끔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 만으로 피로함을 느끼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구겨넣어 버리다가도, 고작 간접 경험일 뿐인데라는 생각에 스스로의 나약함을 깨닫곤 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보고있던 신문에 끄적여놓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고민하며 뱉어보기도 하지만 넘쳐흐르는 이야기들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충분히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과 읽기만 하며 쓰지 않는것은 직무유기이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게으름이라는 자책에 끊임없이 시달리는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머릿속의 끊임없는 소리들을 더하고 덜고 굴리며 일하고 수업듣고 숙제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 가슴에 머리속에 끓는 것들에 대한 글을 쓸 기운이 좀처럼 남지 않는다. 멍하게 있고 싶어 늦은 저녁 무렵에는 부질없이 스탠딩 코미디나 만화, 토크쇼 채널들을 돌리거나 단순하고 강한 비트의 팝 음악을 걸어놓는다. 단지 게으르지 않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용기와 심지어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불평이 치민다. 그럴수록 이 망가진 세상에 대한 용기는 배워서 얻은 생각과 논리와 잘 관리된 계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생각하고 느끼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배우고 이해하고 계획하고 대처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은, 마음 깊은 곳의 따듯함과 옳은 것에 대한 사랑을 가진 이들의 가장 본능적인 반응이야말로 이 세상의 아름다운 유일한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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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mi | 2010/07/05 15: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ㅇㅇ용기 and 심지어는 체력에 공감ㅜㅜㅜ전 요즘 다 늙었는지 하다못해 영화도 잘 못보겠어요ㅜㅜ이러다 30대 되면 디즈니만 껴안고 살듯

    • | 2010/07/19 06:27 | PERMALINK | EDIT/DEL

      바믜야 우리 30대 금방이다....(먼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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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근황 :: 2010/02/08 14:51

1. 블로그가 먹통이 된지 몇 주만에 도저히 글을 써야지 안되겠다는 심정이 귀차니즘을 이겼다. 야호! (...얘 너 학교는 어떻게 다니니...)

2. DC는 90년만의 폭설로 도시 마비. Metro도 끊기고 도시가 온통 하얗다. 바야흐로 '스노우마겟돈'이라며 다들 난리. 지난번에 한 번 되게 고생한 이후로 도시가 경보 시스템을 잘 갖추게 되었는지 거의 설레발 수준의 폭설 경보를 발령해준 덕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금요일 점심시간 즈음 *일찍 퇴근*했다. 이 때만 해도 살포시 내리는 눈과 갑자기 여유롭게 길어진 주말로 행복했는데! 그런데! 막상 주말 내내 줄곧 집에서 리딩하고, 굴러다니고, 티비보고, 레포트쓰고, 굴러다니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굴러다니고 이러면서 지냈더니 나가고싶다(엉엉).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의 심오한 심리적 차이를 느끼고 있다. 심지어는 내일 월요일 수업이 기대될 지경이었는데, 눈을 아직 다 못치우신 관계로 월요일 수업 모두 취소. 아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3. 그래도 오늘은 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동기 둘과 함께 셋이서 의기투합해 눈사람을 만들었다. 다들 처박혀 있기 지루했던게지! 여러분 한국의 눈사람이 2단인 것과는 달리 미국의 눈사람은 3단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래서 오늘의 눈사람은 미국식 3단 눈사람에 나뭇가지 넥타이에 black&white 목도리를 두르고 신문을 보는 시크한 Washingtonian으로 만들었다. 눈사람 만들기라니, 초등학교때 이후 처음이지 아마. 눈이 깨끗해서 중간중간 사각사각 베어먹기도 하고 푹신한 눈위에 앉아서 초집중+_+!!! 그리하야 2시간 정도 걸려 눈사람을 완성하고는, 셋다 저질체력 대학원생들인지라 만들자마자 사진 몇개 찍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쓰러져 낮잠잤다는 (...)

4. 드디어 ipod 장만, 보라색 나노! 주변 친구들은 모두 '설마 지금 아이팟 첨 산거냐' 라며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사실 이것도 5년간 충성되이 일하던 삼성 MP3가 운명을 달리하시고서야 쳐다보게 된 물건인데, 뭐 사실 그깟 MP3 player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살다가 문득 MP3 고장난 이후로 단 한번도 gym에 운동을 하러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질렀다. 역시 gym에는 노래들으러 가는 거야... 그나저나 ipad 출시에 사람들이 모두 들떠있을 때, 커다란 애플 매장에 들어가, 북적대는 ipad/iphone코너와 대비되어 왠지 황량해 보이는 ipod nano 코너에 가서 나홀로 즐거이 구입하는 즐거움(!?)을 누렸다는! 이제 운동 열심히 할 수 있다! 아자!

5. 학교 이야기, 이번 학기 듣는 슈퍼울트라인터레스팅 수업들 이야기, 새로 시작한 인턴 이야기, 또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들도 곧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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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기말풍경 :: 2009/12/12 08:17


며칠 전 저녁 5시쯤, 6시부터 9시반까지 이어지는 국제법 시험을 치러 가는 길. 1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바람에 세 권으로 분권한 두툼한 케이스북들을 양손에 들고 그 위에 위태롭게 커피컵을 올리고 시험에 필요해서 가져온 랩탑이니 자료니 등등을 백팩에 한가득 짊어지고 걷는 꼴이 사뭇 가관이었을텐데, 주변에 다들 비슷한 꼴의 대학생들이 왔다 갔다 했다. Metro에서 강의실까지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한 10분 정도 걸리는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는데, 'AHHH I wish I had more time" "It's not like I have time, you know?" "I am just so pressed for time right now" "Oh man I hardly slept last night and I'm so busy" 따위의 표현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다에서, 전화 대화에서, 심지어 혼잣말에서, 고 짧은 시간동안 열 댓 번 정도 들었다. 아니 무슨 '바쁨을 나타내는 영어 표현 듣기평가'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양의 공부를 왠지 다 소화하지 못한 것 같은 체한듯한 기분으로 아, 한 이틀만 더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 좋았겠다-라고 궁시렁 거리며 걷고 있었는데, 저런 대사들이 계속 들리니 왠지 피식 웃음이 났다. 어딜가나 도시인들 바쁜 건, 대학생들 시간없다고 궁시렁대는 건 다 똑같다. 기말고사기간 캠퍼스에서는 한결 더 그렇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일주일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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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keablue | 2009/12/13 03: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름다운 풍경이구나ㅋㅋ 힘내~!

    • | 2009/12/17 10:44 | PERMALINK | EDIT/DEL

      으하하 실제로 보면 처참하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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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좋은 답사기 나눠 읽기 :: 2009/11/14 14:43

좋은 건 나눠보자 스크랩.  돈의동 쪽방촌에 대한 건축가 조정구님의 답사기.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seoulscape/1495


잠깐의 방문으로 이해한 양 아는 양 설명하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답사기를 쓸 수 있는 건 작가분이 건축가여서일까, 사진가여서일까, 혹은 그냥 담백한 사람이어서일까. 어째 나는 읽는 것만으로도 '아 이 모냥 이 꼴인 이 세상 그 이유는'으로 시작하는 한탄가를 써내려가고 싶은 근질거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보이는 대로 모르는 대로 담담하게 써내려 간 글과 포즈 취하지 않은 무던한 사진들, 그럼에도 놓지 않은 성의있는 관찰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리포팅을 업으로 삼을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무언가 알리고 싶은 일이 생길 때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제 버릇 개 못주고 그 상황에 내 딴에 납득이 가는 설명을 붙여야 직성이 풀리기는 하겠지만.

좋은 의도에서일지라도, 엄연한 누군가의 삶에 혹은 공간에 뜬금없이 출몰해 드라마틱한 사진 몇 장 찍고서는 그 삶들을 대상화하며 감상에 휩싸인 글을 써내려가는 것을 마치 훌륭한 일인양 여기게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 곳이 돈의동 쪽방촌이던, 아프리카 난민촌이던, 인디언 보호구역이건,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배경화면이 아니다. 빈곤에 허덕이는 아이도, 전신불수 장애인도, 땡볕에 부르카 쓰고 걷는 그녀도 주체적이고 존귀한 사람이다. 오브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어그러진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그 현실을 발견한 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어디까지가 상대방의 모습을 담고 싶은 것이고 어디까지가 상대방을 사물로 혹은 대상으로 만드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설명과 이해이고 어디까지가 판단과 내려다보기인지, 매 순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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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saturday off :: 2009/11/08 14:14

이번 주말은 'stay-in' 하리라 맘먹고 보내고 있다. 학기 초에 장만한 하얀 운동화가 칙칙해지도록 지난 한 달 내 싸돌아다녔던지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주말 내로 끝내야 하는 일들이 많기는 하지만, 금요일 일요일에 열심히 공부하는 대신 오늘은 푹 쉬기로 맘먹었다. 오랫만에 gym에 가서 운동도 하고 서점도 가고 장도 보고 맛있는 요리도 해먹었다. 요리에는 영 취미가 없는 나의 털털이 룸메이트는 내가 요리를 할 때마다 장난성 질투를 하며 나를 'madam chef'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가끔 내가 얼렁뚱땅 만든 음식을 권하고 나눠주기는데 워낙 '음식 나눠먹는 문화'가 없는 이곳 아이인지라 받아먹는 걸 너무 미안해해서 매번 권하는 것도 관두었다. 한국문화에서 음식이란 뭐 거의 common goods 라고 설명해 주긴 했지만서도, 익숙하지 않은 나눠먹기 문화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생감자에 소금쳐서 아삭아삭 맛있게 먹는 네가 나는 좀 걱정된단다 룸메야... 저녁 즈음에는 심지어는 여유롭게 인터넷으로 '무한도전'도 봤다. 아니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한국음식 만드는 특집이었다...맛있겠더라 으헝헝헝헝허어어넘ㅇ헝런ㅇㅎ머....해물탕 아구찜 떡갈비 먹고싶어어어엄어ㅓ허넝러ㄴㅁ허ㅓㅇㄴㅁ......흑. 그래도 오랫만에 한국 TV 보니 정겹고 좋더라. 엄마랑 며칠에 한 번씩 통화하는 것 말고는 국어를 사용할 기회도 잘 없다가 오랫만에 내나라말로 말장난 들으니까 이렇게 재밌을수가!!! 한국 있을때도 안 보던 무한도전을 오늘 보면서 왜 유학생들, 교포들이 한국 비디오를 빌려 보는지 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순 먹는 이야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이다. 모든 음식이 맛있어지는 바로 마법의 시간, 자정! 아 얼른 자야지. 즐거운 하루였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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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 | 2009/11/09 00: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ㅋㅋ 나도 무한도전 밤에 봤다가 배고파서 포기했어-_-

    • | 2009/11/14 14:46 | PERMALINK | EDIT/DEL

      진짜 심지어 그 길씨가 만든 괴물같은 아구찜마저 맛있어보였어 ㅠㅠㅠㅠ

  • 미란 | 2009/11/10 13: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생감자에 소금쳐서 아삭아삭 맛있게... 헉.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진아 잘 지내고 있는거지 ? ㅎㅎ
    조만간 여기다 말고 메일 한번 보낼게.. ! 보고싶다~~~ :)

    • | 2009/11/12 00:54 | PERMALINK | EDIT/DEL

      언니 전공자로써 한 마디 해 줘 생감자는 좋지않다고...근데 얘는 정말 찐감자보다 생감자가 더 맛있대. 나 이거 믿어야해? -_-;; ㅋㅋ 응 메일 기대할게! 나두 보고싶다 우리 갑을미녀삼총사들ㅠㅠ!

  • 미녀3 | 2009/11/12 01: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도 그 떡갈비 방송 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보면서도 완전 침흘렸는데ㅡ.,ㅡ

    +생감자 위에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익힌 감자보다 맛은 구리겠지..ㅠㅠ
    (여기랑 하우스 메이트의 개념이 다르구나;;;;)
    며칠전에 소고기 넣고 미역국 끓여먹었는데 왕창 끓여도 괜찮더라!!
    한인마트에서 건조 미역 사다가 끓여먹어봐!! 미쿡산 소고기 스테이크 용 넣어도 괜찮을꺼야!!

    난 그럼 내일 1교시 에어로빅 수업을 위해...ㅠㅠ 힝..

    • | 2009/11/18 11:44 | PERMALINK | EDIT/DEL

      하긴 한국에 있었다고 떡갈비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냐면 그렇지도 않구나....(먼산) ㅋㅋ 미역국 맛있겠다. 단 난 차가 없고 한인마트는 차없으면 못 가므로 미역을 구할 수가 없어... 흑흑. 하지만 내 입맛은 워낙 무난해서 여기 재료로 온갖 퓨전음식을 잘 해먹고 산단다. 좀 있으면 요리책 내도 될 것 같아 유학생 대상으로 ㅋㅋㅋ

  • 飛정상 | 2009/12/04 07: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진심,
    미역보내줄게.
    주소 한 번만 더 보내줘...;;

    • | 2009/12/12 07:55 | PERMALINK | EDIT/DEL

      앗 아냐 아냐 나는 엄마아빠 여기 계시니까, 부탁하면 엄마가 사서 국내우편으로 보내주실 수 있어! ^^ 게을러서 핑계대는 것 뿐이야 ㅋㅋㅋ그래도 마음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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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국제허세학도가되지않기위해스스로에게쓰는반성문. :: 2009/10/25 05:05

대학원 첫 학기, 국제관계 이론 및 정책 수업을 듣고 있는데, 사실 듣고있다기 보다는 '불평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Pofessional school의 특성상 이론적 논의가 아닌 이론의 실용성/적용 가능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흥미로울 듯 하지만 왠지 그렇지 못하다. 딴에는, 불평하는 이유가 있다. 프로그램 OT의 역할을 하는(cornerstone) 수업인지라 백 명 넘는 학생들을 앉혀놓고 진행하는, 그래서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수업이라는 것이 큰 부분이다. (학부도 아니고 대학원에서 이게 무슨일이람!!) 게다가, 뼛속까지 물렁한 혹은 삐딱한 내게는'안보' '현실주의'에 집중된 커리큘럼이 그다지 즐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딩의 팔할이 안보 연구로 유명한 MIT Press 아니면 Internatioal Security지에 실린 논문들일 정도인데, 비판이론류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사실 별 '실용성'이 없기 떄문이기도 하고, 담당교수님이 매우 저명한 안보전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업 이름이 '안보이론' 정도였음 좋았을텐데, '국제정치이론수업'이라는 매우 misleading한 이름을 달고 있고 게다가 무조건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어딜 가든 '전공필수과목'이 재밌기는 어렵다...)

그리하야, 불평하면서도 꾸역꾸역 리딩을 해 가고, 수업시간에 옆에 앉은 동기와 낙서로 수다를 떨지언정 수업에 꼬박꼬박 출석하기는 하지만, 수요일 저녁 5가 별로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니다. 이런 성향의 수업이 아니고서는 스스로는 결코 찾아읽지 않았을 주제의 흥미로운 아티클들을 접하는 것은 좋지만(국제법판례나 NGO보고서도 아니고, 내가 혼자 공부하겠답시고 핵저지니 전략적 무기종류 설명하는 글 따위를 읽을 가능성 따위는 없다...), 수업 자체에서는 가슴 뛰는 신선한 논리도, 지적 자극도 느끼기 어려웠다. 학부에서도 국제정치를 전공한 탓에, 음악/경제/언어학 등 다양한 전공을 다진 동기들에 비해 수업에서 다루는 여러 논의들과 개념들에 비교적 익숙한 편인 나는 'anarchy' 'institution'이니 'democratic peace' offensive/defensive realism'이니 하는 기본 개념들을 다시 설명하고 정의하는 수업이 지루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런데 그 느낌들이 얼마나 '근거없는 자만심'이었는가를 느끼게 해 준 일이 있었다.

지난 주에, 중간고사 문제가 나왔다. Take-home essay 였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
여러분이 속한 에이전시에서 미국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강대국의 위협을 국제관계이론의 입장에서 조명하는 짧은 보고서를 국무부 외교관에게 제출하려 한다. 그 외교관은 국제관계이론에 대한 아주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으며, 현 상황에서 이론이 과연 어떤 쓸모가 있을지 알고 싶어 한다. 인용구나 참고문헌, citation 전혀 없이 본인의 글과 표현으로 다음 내용에 대하여 1600자 내외의 보고서를 작성하라: 국제정치의 주요 이론 중 3가지를 선택해 그 입장을 정리한 후, 미국이 직면하게 될 강대국의 위협을 평가하기 위하여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야 할 요소들이 무엇인지, 왜 그 요소들을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각 이론이 어떤 면에서 서로 동의하지 않고 왜 그러한지 밝혀라.]

문제지를 딱 받아들고 처음 든 생각은, 에이 뭐 그냥 BS좀 하면 되겠네. 이런 모호하고 광범위한 문제는 뭐람 꼼꼼하게 리딩 할 필요도 없는 거였구나 허무한듸....였다. 그리고 몇 시간 정도 저 문제를 머릿속으로 굴리다가(다시 말해 아직 아무것도 안 쓰다가) 저녁에 캐롤린의 생일파티에 갔다. Iranian American인 캐롤린의 추천으로 시내의 유명한 레바논 음식점에 갔는데, 생일 축하 해주러 사람들이 바글바글 20명도 넘게 모였다. 그 중 최근 일을 시작한 NGO에서 만난, 왠지 큰오빠 같은 존재인 라시타를 근 몇주만에 다시 보았다. 그와 안부를 주고 받다가, 주말에 뭐할거냐고 묻기에 내가 "내일은 종일 저런 모호하고 막 낸 것 같은 말도 안되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해야되! 말이 되? 그 많은 내용을 1600자로 정리하라는게? 1600자는 고사하고 1600장은 쓸 수 있겠다!"라고 열을 내며 불평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갑자기, '그래서 그 3가지 이론이 뭔데?' 라고 진짜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나는 '음 일종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뭐 분류야 하기 나름이니, neorealism, neoinstitutionalism, constructivism 이렇게 쓸까 싶네...' 라고 하자 그가 곧 정색하며 'constructivism? 이름 맘에든다. 그게 뭔지 설명해줘' 란다. 스리랑카와 미국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DC에서 소위 '문제아반'을 맡아서 가르치는 선생님 일을 곧 시작하는 이 친구는 '그게 뭔지 설명해줘' 식의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_)

그런데 도저히, 완전히 경청할 준비를 하고 눈을 빛내며 앉아있는 이 친구에게 구성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알아듣게 설명할 길을 모르겠는 거다.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냐 구성주의가 뭐냐니. 이걸 외교과 동기도 아니고 엘리엇 동기도 아닌 이 똑똑하지만 국제관계의 ㄱ도 안배운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하냐....orz.

어찌되었든 이래저래 돌려 대강 설명해 주고는 '에이 이런거 말고 재밌는 얘기 하자'며 화제를 샤샤샥 바꾸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엄청난 양의 맛난 레바논 음식들을 먹으며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으로 시작한 다음날, 종일 앉아서 월트도 월츠도 저비스도 코헤인도 웬트도 미어샤이머도 아무도 인용하지 않고 순 내 말로 주요 이론들을 설명하(려고 시도하)는데.......................아아아악 정말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주요 개념의 정의는 대가나 내리는거야, 라고 도망치는 건, 이미 '난 이런 개념들 익숙해'라고 까불던 내게는 지나치게 비겁한 일인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 자르듯 정의 내릴 수 있는 간단한 개념들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수업시간에 또 듣는게 그렇게 지루하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그 개념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지극히 추상적인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정답도 없고 검증된 길도 없고 변수만 수백만개인 공부를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이 명확하지 않고 사실과 믿음이 구분되지 않는 공부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지적 허영에 빠졌던 것 같다. 내가 불평하며 쌓아왔던 것은 지적 갈증이 아니라 지적 허세에 불과했던 거다. 누구 말마따나 아무 단어에다가'국제' 붙이면 그럴싸해 보이는 이 묘한 효과는 학생에게는 치명적 독이다. 아는 척 하는 것이 너무 쉽다. 아인슈타인의 말을 다시 새긴다. "If you can't explain it to your grandma, you don't know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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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원 | 2009/10/31 00: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If you can't explain it to your grandma, you don't know it. 진짜 동감이다!!!
    예전에 우리과 교수님이 이야기하더라고.
    비전공자에게 Heisenberg Uncertainty Principle을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라고.
    '이건 너무 당연해서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했던것'들이 의외로 내가 정확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물쩡 넘어간 것들이 진짜 많더라.

    그게 자극이 되서 항상 공부할때 너의 친구처럼 '매우 똑똑하지만 그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인' 사람에게 설명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게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는거. ㅋㅋㅋ

    • | 2009/11/12 00:48 | PERMALINK | EDIT/DEL

      응, 시간도 오래걸리고 힘들고 결국 자기와의 싸움... 힘내자!
      그나저나, 자, 이제 Heisenberg Uncertainty Principle을 설명해줘! :D ㅎㅎㅎ

  • R | 2009/11/01 21: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감동감.;
    초큼 다른 경우이지만 나도 회사에서 후배를 가르칠때 호텔전공도 아니고 처음 일하는 사람에게는 설명할때는 시간이 꽤 오래걸리더라고-_- 설명하면서 나도 같이 다시 예약을 배우는 기분이랄까.;;

    • | 2009/11/12 00:46 | PERMALINK | EDIT/DEL

      가장 효율적인 학습방법은 '남에게 가르쳐보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과외했던것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 오오오 그나저나 '후배에게 예약에 대해 설명해주는 호텔리어 R양' 이라니 뭔가 멋진데!! +_+

  • H | 2009/11/03 16: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에게 이런 난감함을 느끼게 해 줬던 교수를 떠올리게 해 주는구나 숙제 이름이 cocktail napkin이었는데, 어느 밤 펍에서 갑자기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대답해 줘야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옆에 있는 칵테일 냅킨을 뽑아서 그 위에 끄적거리면서 이해를 도울 수는 있으나 학문적 용어를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그 사람에게 경제학 개념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는 취지를 담은 이름이었어. 문제 자체가 시험 문제라면 나의 'intuition 비스무리한 것'이 답으로 바로 통했을 거 같았는데, 정작 종이 한 장에 끄적끄적 설명하려니까 '기회 비용' 개념에서 바로 막혀서 현상 설명 자체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끙끙댄 기억... 망치 없이 못을 박는 것 같은 그 막막하고 급하게 아쉬운 기분... 그리고 과연 내가 뭘 배운 것인가에 대한 자괴감까지 ㅎㅎ

    그 깨달음 잊지도 놓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완전 던져놓았더니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때리누나 ㅠ ㅠ

    • | 2009/11/12 00:47 | PERMALINK | EDIT/DEL

      와 좋은 숙제네. 맞아, 우선 '감' 혹은 'intuition'을 잡고, 그다음 그 감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 그 '정제'의 과정에서 jargon이 아닌 평이한 언어를 사용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 그나저나 비교적 intuitive한 학문인 것 같은 경제학도 이러니, 양자역학처럼 상식에 역행하는 내용 공부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민스러울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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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응원 :: 2009/10/22 14:27

Choosing not to be let down when you have every reason to be,
I call that DIG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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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 | 2009/10/25 01: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추석즈음에 전화 했었는데 안받더라.ㅎ
    지구 반대편 세상은 어떠니?

  • likeablue | 2009/10/25 22: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누구로부터의 누구를 향한 응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힘을 얻었어.
    고마워. 정말로.

    • | 2009/11/12 00:51 | PERMALINK | EDIT/DEL

      You are certainly one of those who come to my mind when I think of the word 'dignity.' :)

  • 飛정상 | 2009/11/29 19: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게 바로 정석오빠가 말한 그 Dignity에 대한 글이구나.
    나도 고맙다. 지금 나는 let down되어 있는 상태(일지도 모르)지만
    힘을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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